[딥테크팁스③-차세대원전]40년 축적 데이터로 안전하고 정확한 원전관리 '딥아이'

흔히 하이테크 기술을 일컫는 '딥테크(Deep-tech)'는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으면서도 수면 깊은 곳에 숨어 보이지 않는 기술을 의미한다. 당장 성과를 알 수 없는 초기단계 기술인 만큼 성공 가능성도 불투명해 민간보다는 공적 자금의 장기 투자가 적합한 분야로 꼽힌다.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 챗GPT로 급부상한 오픈AI도 불가능해 보이는 영역을 뚫고 대표 딥테크 기업으로 성장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이 딥테크팁스를 도입한 이유다. 딥테크팁스는 민간 벤처캐피털(VC)이 3억원 이상 투자한 딥테크 기업에 최대 3년간 15억원 연구개발(R&D) 자금과 창업사업화·해외마케팅 자금을 지원한다.

전자신문은 △바이오·헬스 △시스템반도체 △미래모빌리티 △친환경·에너지 △로봇 △빅데이터·인공지능(AI) △사이버보안·네트워크 △우주항공·해양 △차세대원전 △양자기술 등 분야에서 우리 생활을 혁신하기 위한 도전에 나선 딥테크 스타트업을 10회에 걸쳐 조망한다. <편집자 주>

딥아이
딥아이

글로벌 탄소중립 트렌드 속에 원자력 발전이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30%까지 확대하고 올해 원자력 연구개발(R&D) 사업에 총 2675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도 탈탄소 시나리오에 따라 원자력 발전을 늘리는 추세다.

원전 업계는 원전설비 안전을 유지해 방사능 누출 위험 불식에 주력하고 있다.

원전 설비 중 방사능 누출에 취약한 지점으로는 증기발생기 전열관이 꼽힌다. 전열관은 핵반응으로 생긴 1차 계통 냉각수 열을 이용해 2차 계통 냉각수를 증기로 만드는 대형 열교환기 내에 위치했다. 두께가 1㎜에 불과해 압력에 취약하다. 원자력안전법은 증기발생기 전열관 상태를 주기적으로 진단하도록 의무화했다.

딥아이는 비파괴검사에서 주로 쓰이는 방식인 와전류탐상검사를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자동으로 구현한 회사다. 도체 주변 자기장 변화를 감지해 금속 내부 결함을 찾아내는 기존 와전류탐상검사 방식은 평가자 경험에 의존하고 검사 기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한계가 있었다.

한국수력원자력 사내벤처 분사기업인 딥아이는 40여년간 원전에서 수집된 증기발생기 전열관 데이터 2000만건을 강점으로 삼았다. 글로벌 경쟁사도 빅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해 그동안 자동 평가소프트웨어를 개발하지 못했다.

김기수 딥아이 대표는 “40여년간 원전을 운영하며 수집한 신호·평가 데이터에 AI 학습을 거치면 시간에 따른 노후화 분석까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딥아이 와전류탐상검사 인공지능(AI) 자동평가 기술 활용 예시(자료=딥아이)
딥아이 와전류탐상검사 인공지능(AI) 자동평가 기술 활용 예시(자료=딥아이)

딥아이는 지난해 AI 적용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석유화학 분야에서 관형열교환기 와전류탐상검사 기술검증(PoC)을 마쳤다. 내년 중 AI 학습용 원천 데이터 구축과 데이터 라벨링, 결함 탐지·분류 모델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이를 발판으로 2025년에는 전문가 도움없이 자동으로 와전류탐상검사를 수행하는 솔루션을 선보일 계획이다. 미국 전력연구원(EPRI) 주관 증기발생기 자동평가소프트웨어 성능인증시험을 고득점으로 통과하는 것이 목표다.

딥아이는 원전 신규 건설이 증가하는 추세에 발맞춰 1500억원 규모 국내 원전·발전사 와전류탐상검사 시장을 초기 목표로 설정했다. 비용, 속도, 정확도에서 경쟁력을 보유한 완전 자동평가 검사 기술로 20조원 이상 규모의 글로벌 비파괴검사 전체 시장으로 영역을 넓힌다는 포부다.

회사는 원전 시장 유망성과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아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인포뱅크, 미래과학지주로부터 시드투자를 유치했다. 딥테크팁스에도 선정돼 15억원 상당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받게 됐다. 딥테크팁스는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주관으로 팁스 운영사 추천을 거쳐 선발한다.

딥아이에 투자한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는 “산업현장에서 플랜트 수명에 영향을 주는 열 교환 튜브 유지 관리를 위한 수요가 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며 “딥아이가 보유한 40년 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한 AI 자동평가 기술이어서 더욱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